[fn사설] 규제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국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7 16:57

수정 2014.10.30 17:49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열린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걸고 달성을 위한 핵심전략의 하나로 '규제 개혁'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의 실행을 위해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고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활성화를 올해 경제의 화두로 삼는다면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책 방향 설정은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이런 규제개혁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문제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박근혜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규제완화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성과는 미미하다.
줄어드는 규제보다 신설되는 규제가 더 많은 현실이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2009년 말 1만1303개에서 2012년 말 1만4648개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8월 마침내 1만5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무엇보다 국회가 마구잡이 입법을 통해 규제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말부터 지난 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8557건으로 18대 국회의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 결과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해 2월까지 발의된 법안 중 15% 정도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중요규제 사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국회가 기업을 옭아매는 '큰 규제'들을 마구 쏟아냈다는 얘기다.

국회는 규제를 생산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정작 정부가 풀고자 하는 규제는 묶어버렸다. 외국인들에게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의 크루즈산업육성법, 학교 인근에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을 짓게 해주는 관광진흥법 등 수많은 규제완화법들이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재벌 특혜' 운운하며 처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네 차례나 규제완화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실이 없는 것은 이같이 국회의 발목잡기 탓이 크다.

야당도 이제는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와 투자 활성화 자체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응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도 야당과 이해집단에 대한 교섭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각오로 덤벼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회의 부실한 규제입법을 막으려면 의원입법에도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만하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규제 관련사항에 대해 △규제사전검토서 첨부 △규제영향평가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잠자고 있는 이 법부터 깨워 공론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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